꿀로 가늠하는 인간성•꿀 음료와 성격에 대해
양조 구역 근처에 놓여 있는 석판. 꿀 음료에 관한 「토막 지식」이 기록되어 있다.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보아 글쓴이가 취한 상태였던 것 같다

꿀로 가늠하는 인간성•꿀 음료와 성격에 대해

[서문]
꿀 음료는 매우 맛있고, 꿀 음료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도 다양한 부류가 있으니, 그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살펴보자.

[서문 2]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학자이고, 지금 기분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모든 내용은 논리적이다.
난 취하지 않았다, 정말이다.

[맛 기준]
-포도맛(원초적인 꿀 음료)
하늘 부족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 그들이 오리지널을 고집하는 건 하늘에 꿀 음료가 없기 때문인 듯하다.
여기저기 물어봤더니, 오리지널만 마시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정말 구닥다리라니까.

-석류맛(선혈 꿀 음료)
모두가 알 법한 상식에 대해 말하자면, 석류맛 꿀 음료에는 포도가 들어가지 않는다.
모두가 알 법한 또 다른 상식에 대해 말하자면, 석류맛 꿀 음료를 좋아한다는 사람(특히 「그립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그 사람과 싸워서 이길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맥아맛(황금 꿀 음료)
「신주 암브로시아와 신혈 감로는 누구도 마실 수 없지만, 영웅 같은 황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법이다.
가장 인기 있는 황금 꿀 음료는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을 상징한다」
웃기시네. 위 내용은 광고 문구다. 하지만 사실 나도 이런 맛을 가장 좋아하긴 한다.

……

-박하맛(꽃잎 꿀 음료)
앰포리어스에선 나무 정원 출신만 꽃잎 꿀 음료를 주문하는데, 그 맛은 그들의 연구과제처럼 강렬하다.
그들은 늘 사람들과 논쟁을 펼치며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지만, 정말 일이 터졌을 땐 그들을 찾아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신랄한 발언을 내쏟던 교수가 자진해서 돌이 된 후로 이 음료를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무거나(최악)
이런 부류는 그저 떠들기 위해 왔을 뿐, 애초에 꿀 음료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을 쫓아내면 파구사 님에게 칭찬받을 것이다.



[농도 기준]
내가 이걸 왜 쓰는지 모르겠다. 파구사의 꿀 음료 농도는 무작위이고, 히실렌스 님이 이어받은 후에도 달라진 게 거의 없다. 하지만 이미 쓰기 시작했으니 그냥 쓴다.
무작위이기에 농도에 대한 취향은 내가 누군가를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매우 연함(취기 10% 미만)
이런 꿀 음료를 좋아하는 녀석들은 쫄보다!!!!!! 마시기 편하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다. 바다의 신력이 배에서 입으로 튀어나오려 할 때, 사람들은 다음 꿀 음료가 이 농도이길 바란다.
이 농도를 선호하는 사람은 겁쟁이처럼 다가가기 쉬운 성격이며, 복무한 지 얼마 안 된 타지인 젊은이들이 그 예이다. 물론 그들도 이젠 천 살이 넘었겠지만.

-연함(취기 10~20%)
오, 내가 좋아하는 농도다. 나만 봐도 이 농도를 선호하는 사람이 어떤지 알 수 있다——명랑하고, 탐구심이 많아 오랜 동반자로 제격이다. 유일한 단점은 변덕이 심하다는 것.
솜사탕 맛을 추천한다.

-보통(취기 20~35%)
이 농도를 선호하는 사람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평범한 사람이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계속 마시는 걸 제일 좋아한다.
「꿀꺽——이 꿀 음료, 농도가 딱 좋군. 파구사를 찬미하리」
그러고 보니 늘 같이 다니는 뭐시기 경과 뭐시기 경도 이 농도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정말 기억하기 어려운 작위들이다.

-진함(취기 30~50%)
잘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

-매우 진함(취기 50% 이상)
아, 골드위버 경. 당신의 실력이 그립군요.
이 농도를 선호하는 사람은 대부분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거나 정신적 또는 육체적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강인하게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 이런 부류와 친구가 되는 걸 추천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잠식될지도 모른다.

-모조 꿀 음료(취기 0%, 맛만 흉내 낸 음료)
이런 음료가 있다는 걸 깜빡할 뻔했다.
아주 오래전 한 꿀 음료 관리자가 질자 성녀님을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훗날 오해인 것으로 밝혀졌다.
원래는 밀봉해 보관해 둘 생각이었는데, 누군가에게 들키는 바람에 꿀 음료 대체품으로 사용됐다. 취한 채로 전장에 나갈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지금은 잔량이 없다. 애초에 생산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연회 시작 전 고양이가 다 마셔버렸다.
나도 마셔보고 싶었는데.


[맺음말]
오, 히실렌스시여! 이 석판을 쓰느라 6시간 45분이 걸렸고, 이젠 취기가 다 사라졌다.
내가 대체 뭘 쓴 건지.
하지만 다들 취했고, 연회는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누구도 내가 뭘 썼는지 신경 쓰지 않을 테니 그냥 재미로 남겨두자.
오, 히실렌스시여! 내가 대체 뭘 쓴 건지. 가서 음료나 한 병 더 마셔야겠으니, 이만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