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소의 일기
피소의 일기. 소년의 소박하지만 충실한 시골 생활이 담겨 있다

피소의 일기

(……)

자유의 달, 27

오늘 들쥐 잡기 시합에서 또 우승했다. 하지만 지금의 피소 님에게 이런 소소한 업적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엘리사이 에데스의 숨바꼭질 왕, 연날리기 챔피언, 낚시 고수, 사냥 달인에게——새로운 인생 목표가 생겼다. 바로 파이논 형처럼 마을을 나가 세계를 누비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이 피소 님에게 이뤄야 할 작은 목표가 하나 더 있다——파이논 형한테 줄 멋진 작별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다!

느릅나무 손잡이와 물소 가죽 끈으로 직접 만든——새총을 선물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활과 화살보단 못하겠지만 내 손재주는 남들보다 뛰어난 편이다. 거기다 형광 탄환, 연기 탄환, 마취 탄환 등 다양한 탄환을 개발해 뒀으니… 아주 유용하겠지!

(일부 페이지 생략)

수확의 달, 3일

젠장, 아버지한테 또 귀를 잡혀서 끌려왔다! 다 못 끝낸 숙제를 밀짚 더미에 숨겨둔 걸 어떻게 아셨지?!

하지만 이번엔 내가 게으름을 피운 게 아니다——수업 시간에 몇 번 몰래 잤다고 피시아스 선생님이 ≪식물도감≫을 세 번이나 베껴 쓰라고 하셨다! 그걸 언제 다 쓰냐고!

게다가 「머리로 기억하지 못하면 몸이 기억하게 해 줄게」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은 정말 무서웠다! 나를 혼내러 온 마을을 쫓아오시던 아버지보다도 더 무시무시했다!

그리고 날 일러바친 고자질쟁이!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어. 어떻게든 선생님한테 핫소스를 넣은 딸기 파이를 맛보여 줄 테다!

(일부 페이지 생략)

수확의 달, 9일

어젯밤 꿈을 꿨다. 파이논 형이 곰을 배낭처럼 메고 부두에서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난 방앗간 풍차로 만든 작은 배를 타고 달빛을 따라 나무 위로 날아올라 황금빛 밀 물결 속에서 리비아를 건져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더니 등나무 줄기를 들고 쫓아오며 소리치셨다. 「이 녀석, 얼른 안 내려와? 아직 숙제도 다 안 했잖아!」 깜짝 놀란 난 결국 배에서 떨어졌다. 피시아스 선생님이 교과서를 사용해 엮은 그물로 날 받아줬으니 망정이지……

낮잠 시간에 몰래 물어봤더니 리비아는 그 꿈이 「소소한 역경을 극복하다 보면 언젠간 앰포리어스를 누비는 위대한 여행자가 된다」는 징조라고 했다! 헤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꿈이 현실이 되도록 오늘부터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우선 여행에 꼭 필요한 에너지 보급 캔부터 만들기로 했다. 아버지가 숨겨둔 훈제 사슴고기, 어머니의 말린 라즈베리, 한 알만 먹어도 1미터가량 뛸 수 있는 내 특제 「슈퍼 점프 캔디」를 담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