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에 봉인된 손 편지, 밀짚으로 바느질한 종이 위에 적힌 글씨 가장자리가 물에 젖어서 흐릿하다.
미래에 표류병을 주운 사람에게
지금은 연말인 기연의 달이야. 마을 사람들은 기연의 달 마지막 날에 기연과 관련 있는 일을 하면,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했어. 그래서 나는 편지를 담은 병을 바다에 던져서 어디로 흘러갈지 보기로 했어. 나는 네게 우리 마을과 내 꿈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우리 마을은 엘리사이 에데스라고 하는데, 혹시 들어본 적 있어? 여기는 황금빛 밀밭이 있는데 꼭 바다 같아. 떨어지는 잎사귀가 흩날리는 커다란 나무도 있지. 마을 중앙에는 오로닉스의 신상도 있고. 연말이 되면 마을에서 늘 동지 축제를 열어. 우리는 신상 아래에 포도 파이, 허브 생산튀김, 양젖 같은… 맛있는 음식들을 올려둬. 작년 축제에서는 몰래 엿을 훔쳐 먹다가 이가 하나 빠지기도 했어. 엄마랑 아빠는 이를 나무 밑에 던지거나 돌 밑에 묻으면, 묘목이 흙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새로운 이가 금방 자란다고 하셨지. 그래서 묻을 만한 곳을 계속 찾다가 정원 뒤쪽의 어지러운 풀숲 뒤에서 신비한 구멍을 발견한 걸 기억해. 나는 이를 구멍에 던지고 양손을 입가에 모아서, 「어이——나와——!」라고 외쳤어.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올해 그곳에 다시 갔는데, 이상하게도 나무 구멍을 찾을 수 없었어.
이런 이야기가 유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나는 아직 못 하지만, 키레네는 축제를 주최하거나, 신의 물고기 카드로 미래를 점칠 수 있어. 카드를 뽑으면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있대. 저번에 내가 「구세주」 카드를 뽑아서 모두가 「와」 하면서 놀랐지. 모두 「구세주」를 좋아하지만, 나는 「여행자」나 「학자」가 되고 싶어. 구세주는 엄청 명예로운 사람이라서 아주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하잖아. 나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서 「구세주」가 될 수 없어.
엘리사이 에데스에는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바깥소식을 듣기 힘들어. 내가 아는 건 밖에 여러 도시 국가들과 수많은 영웅이 있다는 것뿐이야. 안타깝게도 그들은 계속 전쟁을 벌이고 있어. 나는 전쟁이 싫어. 만약 세계가 우리 마을처럼 모두가 서로를 알고, 함께 농사를 짓고 양을 기르면 왜 구세주가 필요하겠어?
하지만 피시아스 선생님과 갈바 아저씨는 나중에 내가 조금 더 자라면 바깥 세계를 보고 돌아봐야 한다고 하셨어. 그렇다면 나는 웅장한 크레노스성으로 가서 그곳에서 가장 훌륭한 대대장공에게 검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할 거야. 그 검만 있으면 우리 마을을 잘 지킬 수 있겠지. 나는 전쟁하러 가기 싫어. 나는 아직 나만의 검이 없고, 나무 막대와 호미밖에 없거든.
아, 맞다! 그때는 바깥 세계에 더 이상 구세주가 필요 없으면 좋겠어. 그게 최고일 것 같아.
여기는 나의 고향이자 꿈이야. 이 병을 주운 너, 그리고 네 고향과 꿈은 어떤 모습일까? 나처럼 글로 적어 바다에 던져 봐. 인연이 그 병을 어디론가 보내줄 거야.
앗! 피시아스 선생님의 수업에서 쓴 작문처럼 틀린 글자가 많네. 이게 선생님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좋겠어. 안 그러면 또 점수가 깎이고 나머지 수업을 받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