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난민 캠프에서 암시장 장사꾼을 처음 만난 것은 아마 지난번 풍요의 백성 전쟁 당시였을 것이다. 그때 그는 벙벙한 후드티에 보랏빛 마스크를 쓰고 어울리지 않게 큰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수상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차림새였다. 그는 난민들 틈에 숨어 우주 해적의 무기 같은 정체불명의 물건을 몰래 팔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그는 딱히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게 무기를 권한 것도 모자라 「업그레이드 서비스」, 즉 무기 개조까지 해주겠다고 말했으니까. 직업적 소양 덕분에 상대가 나쁜 사람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그를 경계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주변 난민들이 자신을 「악덕 상인」 취급한다며 불평했다. 「가족을 위해 상해보험도 안 들고 이곳에 온 거야. 그런데 내 목숨 값이 겨우 이 정도인가? 난 모두를 돕기 위해 온 건데 말이야.」 그는 땅에 떨어진 달걀 껍데기를 가리키며 일부 몰상식한 난민들은 그에게 이런 것까지 던졌다며, 그의 「호의」가 합당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말했다.
물건(주로 무기들)의 가격을 물어봤는데, 그가 아주 높은 숫자를 불렀다. 난민 중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싶어 물었더니 「낙관적인 사람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법이야. 돈을 아끼는 게 무슨 소용이겠나?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이후엔 어차피 써야 할 텐데….」 그는 시종일관 차가운 웃음을 짓고 있어 보고 있자면 소름이 끼쳤다.
난민 캠프를 떠난 이후 지형사(地衡司)로 가서 그를 신고했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하는 장사는 법과 도덕의 규범에 어긋난 행동임에 틀림없으니까. 지형사에서 연락해 온 바에 따르면, 그 장사꾼은 이미 잡힌 듯했다.
그런데 며칠 전, 금 조각상 거리에서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암시장 장사꾼 조사 노트 (2)
언론 쪽 일을 시작한 뒤로 회색시장에 잔뜩 민감해진 나는 진상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옷차림은 완전히 달랐으나, 그의 미세한 동작을 보고 그가 전에 그 장사꾼과 동일 인물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도 날 알아보고는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가 복수할까 걱정했으나… 괜한 걱정임을 깨달았다. 그는 감옥에 갇힌 일을 대수롭지 생각했으니까.
그는 선주가 뒤숭숭한 지금이 약재를 팔 기회라고 했다. 여기서 약재란 특별한 게 아니라 마각의 몸에서 자라난 가지를 가리키는 건데… 그는 불로장생을 원하는 화외지민(化外之民)에게 그걸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런 걸 약재로 써도 되는 걸까? 약효가 있긴 한 걸까? 이 악덕 상인이 이런 미친 짓까지 하다니. 만약 내가 이 일을 기사로 내면 그의 만행을 알릴 수 있을까? 아니,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는 살아서 선주를 나갈 수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