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데몬 시티에서 온 가족의 편지
이상 낙원에 고립된 컴퍼니 직원이 아스트로폴리스로 보낸 편지. 편지에는 재난 속에서 이상 낙원의 「슈퍼 히어로」들이 보여준 영웅적인 활약이 담겨 있다

종말의 데몬 시티에서 온 가족의 편지

███,

잘 지내고 있어?

미안, 아스트로폴리스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못 지키게 됐네.

마지막 우주선이 출항할 때, 난 군중 속에서 무효가 된 탑승권을 쥐고 있었어. 지금, 다른 사람들처럼 이상 낙원에 갇혀 있고, 이곳은 전장으로 변해가고 있지.

걱정시키고 싶진 않지만 거짓말은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아——적지 않은 컴퍼니 동료와 무고한 시민이 다쳤고, 황급히 보금자리를 떠난 사람도, 가족이나 친구와 헤어진 사람도 있어. 거리, 기차역, 피난소에는 온통 집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뿐이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생생하게 느꼈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생명이 약하기만 한 건 아니니까.

영웅들은 아직 있어.

「커피 여협」은 무명객을 이끌고 이상 낙원에 남았어. 그녀는 「무라마신호」를 조종해 봉쇄 구역을 가로지르며 부상자와 고립된 시민들을 차례차례 안전지대로 이송했고, 「웰트 씨」는 방어선의 가장 위험한 곳을 지키며 블랙홀로 다가오는 공세를 잠식시켰으며, 「옥면룡」은 건물과 골목 사이를 누비며 적을 격퇴하고 구조대를 위해 길을 열었지. 그들의 모습만 봐도 사람들은 이곳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하지만 이 밤, 가장 위대한 영웅은 「선주 제일의 킬러」야.

재난이 터진 후, 수많은 시민이 「비히클 타운 체육관」으로 옮겨졌어. 부상자들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채 누워 있었고, 가족과 흩어진 아이들은 인파 속에서 울부짖었지만, 밖은 적들이 거리를 따라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지. 체육관 대문 밖에는 오직 선주 제일의 킬러만이 있을 뿐이었어.

그는 홀로 체육관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막아냈어. 지원군도, 교대 인력도 없었고, 그가 대체 얼마나 다쳤는지 아는 사람도 없었지. 우리는 그저 밖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굉음을 듣고, 문틈 사이로 번쩍이는 검광을 볼 수밖에 없었어.

적이 몇 번을 밀려오든 그는 번번이 물리쳤어. 꼬박 1시스템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적도 그를 넘어 체육관에 들이닥치지 못했지.

나중에는 체육관 안의 사람들이 모두 그의 영웅 이름을 외쳤어. 처음에는 몇 명이더니, 이어서 관중석 일대가 소리쳤지. 「선주 제일의 킬러! 선주 제일의 킬러!」

하지만 선주 제일의 킬러는 무슨, 완전 「선주 제일의 갓킬러」라고!

「은하 제일의 해커」가 지원하러 오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녀는 비히클 타운의 아직 작동 가능한 모든 장비를 해킹해 폐쇄된 게이트, 방위 포탑, 대피용 비히클을 재가동하고, 적의 통신 및 지휘 시스템을 차단했지.

화면, 가로등, 광고판, 심지어 버려진 오락기에도 그녀가 남긴 표식이 나타났어. 그녀는 우리의 철수 경로를 열어주었고, 1 시스템 시간 넘게 홀로 싸우던 선주 제일의 갓킬러에게 지원군을 데려다주었어.

그 두 사람은 체육관을 지켜냈고, 그 안에 있는 모두의 희망도 지켜냈지. 마지막 시민들이 대피하고 나서야 선주 제일의 갓킬러는 그 대문을 떠났어.

놀랍게도 우인들이 「술집」의 문을 열고 피난민들을 수용했어. 스파키와 「춥다리 아저씨」가 당황한 우리를 안으로 안내해 줬지.

그들은 전장을 가로질러 고립된 사람들을 이송했고, 술집에서는 매번 새로운 농담과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춥다리 아저씨는 사람을 한 명 구해낼 때마다 원래도 좋지 않던 다리가 조금씩 더 아파온다고 주장하기도 했어. 웃음소리 속에서 공포는 잠시나마 사라진 듯했지.

희망 또한 아직 꺼지지 않았어. 최고 경영자 펄 님은 여전히 재난을 억제할 수 있는 의식을 주관하고 있고, 은하 제일의 해커도 의식에 필요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분을 돕고 있어.

펄 님은 이걸로 재난을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겠지만, 시간을 벌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셨지.

나를 믿어, 자기. 재난은 결국 지나갈 거야.

그때가 되면 내가 직접 들려줄게. 커피 여협이 어떻게 포화를 뚫었는지, 웰트 씨가 어떻게 적군을 막아냈는지, 차가운 청룡이 어떻게 위기에서 사람들을 구했는지, 스파키와 춥다리 아저씨가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모두를 웃게 했는지, 은하 제일의 해커가 어떻게 도시 전체의 방위 시스템을 되찾았는지, 그리고 선주 제일의 갓킬러가 어떻게 혼자서 비히클 타운 체육관을 1 시스템 시간 내내 지켜냈는지 말이야.

어쩌면 훗날, 이상 낙원의 아이들은 침대 시트를 두르고 목검을 쥔 채 거리에서 그들을 흉내 낼지도 몰라. 어쩌면 그들은 누가 이 밤의 가장 대단한 영웅인지를 두고 다툴 수도 있어.

하지만 체육관에 숨어 그 전투를 직접 들었던 우리에게, 그 답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야.

난 아직 여기 있고, 희망도 있고, 이상 낙원도 있어.

신호가 뚜렷해지면 다시 편지할게.

——너의 ███
이상 낙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