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정원 황금의 후예 칼리니쿠스가 부인과 평소 주고받은 편지. 다만 이 편지는 수신인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부치지 못한 편지
나의 아내에게
너무 그리워서 편지를 볼 때면 당신과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나무 정원에는 별일이 없습니다. 각 연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걱정거리도 없습니다. 음식과 잠자리도 편안하니 걱정 마세요.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아르타카마와 키나네 자매가 한가할 때 겨루자고 찾아왔지 뭐예요. 학술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세르세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몸싸움을 하는 나무 정원 학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요! 예상외로 그 둘은 무예 솜씨가 꽤 뛰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성격이 건방져서 이웃 아이와 자주 싸웠다고 하더군요…. 이 일은 듣고 웃어넘기세요. 부인에게 무술을 배웠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그녀들에게 얻어맞았다는 소문이 오크마까지 퍼졌을 겁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보냈던 옷은 잘 맞나요? 로토파고이 학파의 식물 직물에 대한 연구는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많은 천이 생산됐는데, 새로운 천은 오염에 강하고 부드럽습니다. 나무 정원에 솜씨 좋은 재단사가 몇 명 있어서 그들에게 재단을 부탁했습니다. 당신은 화려한 옷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옷 군데군데에 달린 레이스 디자인에는 제 사심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이 입으면 분명 예쁠 것 같아서… 이해해 주면 좋겠어요.
제가 나무 정원에 머문 지도 벌써 3년 하고도 7개월째고, 우리가 만난 지도 곧 8년이 되네요. 다음 달이면 주년 기념일이니, 그때 나무 정원에 휴가를 내고 오크마로 돌아가 당신과 며칠 함께 보낼 예정이에요. 당신도 일이 바쁜 건 알지만, 잘 쉬고 건강 챙겨요. 니카도르께서 당신을 지켜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