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이 떠나기 전에 당신에게 맡긴 편지.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연애까지의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님파와 주고받은 편지
님파, 신들이 평범한 인간인 제가 편지 보내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인간 세상의 미의 화신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신께서 문비시의 장미 꽃잎에 맺힌 이슬을 보호하듯, 부드러운 바람으로 그대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어젯밤 그대와의 만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그 얼마나 미묘한 느낌이었는지. 마음은 늘 따스함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대는 부드러운 아침 햇살처럼 저의 마음을 관통하고, 끝이 없는 안녕과 기쁨을 비추었습니다. 당신의 우아함과 다정함에 어떻게 감사하면 좋을까요? 그것들은 사절처럼, 저를 고귀하고도 순수한 존재인 그대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대의 미소는 명석시의 밝은 햇살처럼 따뜻하지만 뜨겁지 않고, 소리 없는 힘으로 마음을 부드럽고 설레게 합니다.
그대처럼 고귀한 여인이 저 같은 보잘것없는 대장장이의 기술에 관심을 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음침하고, 지저분하고, 조잡스럽게 보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단조 기술을 이야기할 때는 정말 집중력이 넘치고 그 능숙해 보입니다. 크렘노스의 자동화 병기까지 훤히 꿰뚫고 있지요…. 우리는 시장이 시끌벅적할 때부터 가장 부지런한 칼토너스 씨가 졸려 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헤어지는 순간을 이별시라고 명명했지요.
평소 일이 많으실 텐데, 피곤하거나 마음이 어지러우실까 걱정됩니다——보잘것없는 전 그대를 걱정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지만, 제 마음은 무례하게도 초대장을 보내라고 보채네요——
최근 마모리얼 천궁에서 공휴일 준비하고 있는데, 그곳은 풍경이 그림 같고 밤꾀꼬리가 웁니다. 그곳에서 잠시 번뇌를 잊고 잠시 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제가 식견이 넓지는 않지만, 그곳의 풍경은 잘 압니다. 괜찮으시다면 사흘 후에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제가 쓴 이 글 때문에 기분이 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제안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면 그냥 웃어넘겨 주세요. 당신의 꿈이 오로닉스의 밤의 장막처럼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아일리우스 드림
(……)
크렘노스성에서 온 아일리우스 님, 오늘 선물해 주신 목걸이 감사해요. 우리가 알게 된 지도 벌써 101일이 되었지만, 이런 귀중한 선물은 좀 불편하네요.
오해 마세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그 아름답고 열정적이면서, 독수리의 피 같은 보석이 마음에 들어요. 그 우아함과 정교함도, 아름다운 체인도요——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벌써 수도 없이 말씀드렸지만, 이런 무례한 고백을 용서하세요.
가끔 밤에 그날 대장간에서 봤던 당신이 꿈에 나와요. 나의 용사님, 전 한눈에 당신을 보았어요. 당신은 그 요새의 투기장에서 싸운 적은 없지만, 전 당신의 눈빛에서 용기를 보았죠.
하, 사랑이 깊어지면 실의의 슬픔이 솟아나요. 오늘밤 당신의 꿈에 제가 나온다면 전 만족할 거예요. 혹여 검은 물결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당신이 가끔 이 세상에 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전 그걸로 족해요……
님파 드림
(……)
아일리우스, 오늘 약속을 어겨서 미안해요.
제가 요새 시장에 자주 가잖아요. 신중하게 움직이는 편인데도 부모님께서는 여전히 저를 눈여겨보신답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함께 오늘의 시민 법정을 방청하겠다고 승낙할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 가족은 이방인을 배려할 줄 몰라요. 가족들과 생각이 달랐던 저는 오랫동안 부모님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에서야 제대로 깨달았어요. 그분들이 얼마나 극단적이고 편협한지를요. 제 부모님은 20년 동안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어째서 혈통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고, 동족과 싸울까요? 이런 재앙이 곳곳에 퍼져 있는 종말 속에서 최후의 도시 국가인 오크마는 모두의 피난처가 아닌가요?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이전 세대의 은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우리의 사랑은 네스티아의 뜻이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티탄의 보살핌을 받게 될 거예요.
님파 드림
(……)
사랑하는 님파, 그대가 예전에 했던 제안을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역시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겠어요.
크렘노스성과 오크마 사이의 원한은 오래되었으니, 냉대와 방해를 받을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대의 부모님을 원망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대를 데리고 오크마——이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를 떠나, 미래도 알 수 없고 괴물이 도처에 널린 도시 밖으로 가는 것보다, 도시 안에서 성과를 내 당신에게 걸맞은 신분을 얻고 싶습니다.
물론 겁이 나서, 적어도 자신의 안위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그저 검은 물결과 괴물들 틈에서 그대를 온전히 지키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제 몸속에는 크렘노스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한때는 고향을 동경하고, 「명예 없이 돌아오느니, 싸우다 죽겠노라」라는 말을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를 만난 후에야 사랑이 명예로운 죽음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대의 결단력과 용기는 정말 감탄스럽지만, 용서하세요. 내 사랑——가슴이 사랑으로 가득 찬 이 어리석은 겁쟁이는 그대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어떠한 위험이나 피해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참고 믿어 주세요. 사랑하는 님파! 제가 그대에게 어울리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우리가 운명으로 정해진 연인이라면, 네스티아께서 우리를 지켜 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