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괴담 연구 보고
관리과 연구원 아들러가 집필한 연구 보고서, 우주정거장의 여러 가지 괴담을 기록하고 있다.

첫 번째

요란한 방범문

앰버 미지 수록기, 「헤르타」 우주정거장이 새로운 연구원을 맞이했다. 그는 우주정거장을 위해 여생의 모든 열정을 쏟고 유일무이한 연구 성과를 얻어내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그의 「여생」이 영원처럼 긴 시간일지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그 사람이 어떤 실험 사고에 휘말렸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사고」로 인해 다른 「사고」들이 일어났음을, 다른 「사고」들을 해결하려면 먼저 그 「사고」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론해 보려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좋겠다: 어쩌면 「정신 투영」 효과를 가진 기물이 있거나 그때 진행 중이었던 프로젝트 자체가 「정신 투영」 분야의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스크린에 꿈 꾸는 데이터가 나타날 거란 기대감을 가지고 버튼을 눌렀지만 그것이 바로 거대한 비극의 시작이었다.

방위과 기록에 따르면 우주정거장의 사고 때문에 연구원들이 희생되는 상황도 자주 일어나곤 했지만 연구원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육체」는 실제로 사라졌고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도, 그의 경험을 수첩으로 기록해 둔 사람도 없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우주정거장에는 그의 그림자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이것이 운명의 장난일까? 그는 자신의 사고력을 완전히 물체로 투영시키는 데 결국 성공했고 자신의 몸으로 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완료했다.

만약 눈 앞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관측」만 할 수 있을 뿐 그 상황에 간섭하거나 자기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그건 어떤 느낌일까? 그 답은 물론 미쳐버린다일 것이다. 생각을 「감옥」에 가둬둔다면 그 생각은 그속에서 어떤 물건으로 표현될까? 그리고 허상뿐인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운반체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주정거장에는 또 다른 어두운 면이 하나 추가되었다. 자신의 커피잔에 담긴 물건이 뜨거운 커피가 아닌 성인의 부정적인 생각이라면 그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연구실 도난방지문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연구원은 그 소리를 「흐느끼는 듯한 시끄러운」 소리라고 묘사했으며 신비로운 생물이 울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본인과 본인의 비서는 바로 신비롭고 시끄럽다는 도난방지문의 정체를 직접 학인하기 위해 현장 탐사를 나갔다. 하지만 눈 앞의 펼쳐진 상황에 우리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어떤 의심스러운 현상도 「정신 투영」임을 증명할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필자와 비서의 끈길긴 조사 끝에 우리는 도난방지문 근처에서 울보 유령을 하나 발견했다. 울보 유령이 내는 「흑흑」 소리를 심약한 연구원이 울음 소리로 착각하고 이러한 소동이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필자는 여러분들께 호소한다. 괴담은 괴담으로 풀고 일도 적당히 해야 하는 법. 그럼 다음에 다시 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