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매무새를 다듬은 후, 그는 똑바로 서서 거대한 독수리와 대치했다.
「훗, 과묵한 지오리오스를 쓰러트렸다고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아나? 평범한 자여, 충고하도록 하지……」
신왕은 말없이 아퀼라의 천 개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는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 네 손가락을 모으고, 눈앞의 거대한 존재를 향해 가볍게 까닥거렸다.
「건방지군! 오만하게 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아퀼라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자, 그의 거구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순간,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양 날개를 퍼덕였다. 순식간에 천 개의 깃털이 예리한 검처럼 튕겨져 나와 신왕에게 날아들었다!
모두 알다시피, 천공의 티탄의 깃털은 강철도 뚫을 수 있다. 하물며 평범한 인간의 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깃털이 너무 촘촘히 날아들어서 피할 수조차 없었다!
다가오는 칼날 폭풍에 시간이 멈춘 듯했다! 아퀼라는 반응력을 강화해 눈앞의 이 건방진 도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신왕이 하체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고 아퀼라는 속으로 생각했다. 도약해서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피하거나, 버티며 온 힘을 다해 방어하겠지. 어느 쪽이든 헛수고다! 깃털 칼날은 바람을 따라 움직여서, 그의 회피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를 쫓아갈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신왕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전진하며 첫 번째 깃털 칼날을 두 손가락으로 잡고, 몸을 돌려 빠르게 나선을 그리며 초음속으로 그것을 던졌다.
깃털 칼날이 기세를 타고 방향을 틀어 폭풍 안쪽으로 날아가 다른 강철 깃털과 부딪쳤다.
「쨍!」
충격에 깃털은 양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각자 다른 깃털에 부딪히더니 다시 궤적을 바꾸었다!
「쨍!!!」
마지막 깃털까지 힘이 빠져 공중으로 흩어질 때까지, 쨍그랑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이어졌다! 신왕은 빼앗은 깃털 하나로 깃털 칼날의 군세를 물리쳤다!
아퀼라는 경악했다!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이런 신들린 기술을 지니고 있지? 그러나 신의 의식을 지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흩어진 깃털이 둘의 시선을 가리는 틈을 타 그는 즉시 강철 대검 같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일격을 날려 싸움을 끝내려 했다.
「쾅!!」
거대한 발톱이 정확히 신왕이 있던 곳에 내리꽂혔다. 지면에는 거대한 힘의 충격으로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다! 이게 아니야! 아퀼라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빗나갔나? 아니면—— 그는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다. 그런데 신왕이 자신보다 몇 배나 큰 그의 날카로운 발톱을 마치 식기를 쥔 것처럼 한 손으로 가볍게 잡고 있지 않은가!
하늘을 뒤덮은 하얀 깃털은 스산한 전장에 기괴한 색채를 더했다. 오만방자한 거대한 독수리는 천 년 만에 처음으로 어안이 벙벙해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지오리오스조차 나와 싸울 때 내 강철 발톱 피하기에 급급했는데——너, 너 대체 정체가 뭐냐!!!」
「그건 이미 알고 있지 않나? 난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이 망할——!!!」
아퀼라는 발톱을 거두려 했지만, 신왕의 손아귀에서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퀼라의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 모습에 신왕은 미소를 짓는 듯했다. 이어서 나머지 손을 꽉 쥐고, 티탄의 시력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전력을 다해 일격을 가했다——
「쾅!!!!!」
순간, 성체가 폭발했다!
거대한 파도 같은 힘이 하늘을 흔들었고, 신성한 강철로 주조한 벽에도 금이 갔다. 성전은 곧 무너질 것이다!
그 후로 세상에서 천계가 사라졌다! 앰포리어스의 사람들은 더 이상 하늘의 노예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이 모든 것은 신왕의 주먹 한 방으로 이루어졌다!
먼 곳의 티탄들은 동료의 패배를 감지하고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를 막을 수 없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그의 진격을 흔들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몰랐다. 신왕처럼 강한 존재라도 평범한 인간의 욕망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전투를 시작하기 전처럼 그는 다시 매무새를 다듬었다.
「…축하해. 이제 끝이야, 아퀼라. 넌 강해. 천공의 티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강하지」
그는 뒤에서 무너져 내리는 돌담을 무시하고 성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발걸음은 차분하지만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