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그때의 누리망은 그것이 홍보하는 상품처럼 비누 냄새가 가득했고,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아글라이아 씨가 우리에게 무엇을 약속했는가? 누리망은 지식을 공유하는 네트워크이자 개방, 평등, 협업, 공유를 위한 위대한 플랫폼이어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는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쓰레기 같은 정보로 다른 사람의 감각 기관을 수몰시키고, 플랫폼을 이용해 끊임없는 다툼을 벌였다. 예전에 난 케팔에게 혼란한 마음을 말했지만, 그는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이 디지털의 홍수 끝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무엇일까? 속도는 결코 문명의 동료가 아니라, 인간성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괴수다!
다만 분명히 밝히고 싶은 점이 하나 있다——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시민 총회에서 아글라이아 씨에게 반대표를 던졌지만, 여전히 그녀가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냈던 원로원 직원들도 내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그녀는 그저 현실을 무시한 채 자신만의 환상 속을 걷고 있는 불쌍한 장님일 뿐이다.
물론 아글라이아 씨의 죽음은 정말 유감이다. 하지만 속마음을 글로 쓰고 있는 지금, 금실을 잃은 누리망은 매초 바이트 단위의 속도로 정보를 전송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차를 끓이고, ≪크렘노스 열왕기≫을 재미있게 읽으며 ≪도로스 의적 열전≫ 음성 버전 다운로드가 완료되길 기다리고 있다. 어제의 나에게 이건 분명 견디기 힘든 느린 삶이다. 하지만 우리는 금실을 잃었다. 누리망의 속도가 하늘을 나는 암포라보다 느려진 때에… 나는 오히려 삶의 균형과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상업 광고」의 의미에서 누리망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제 막 새로 태어났다. (이별시 삼각에 익명으로 작성. 답글을 적극적으로 달지만,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