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님프 모험기
출처를 알 수 없는 오크마의 길거리 소설. 작가가——핑크 님프 본인이라고? 정말로 유령이 아닌 걸까?

핑크 님프 모험기

이제 상황이 좀 파악된 것 같다.
난 육신으로 이 세계에 들어온 게 아니다.
어쩌면 난 유령일지도 모른다.
「핑크 님프」라는 이름의 유령.
…아무도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아무도 날 직접 볼 수 없고,
난 누구에게도 관여할 수 없다.
블랙 스완 씨가 말한 「밈」처럼 말이다.
하지만 난 분명히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말하는 「핑크 님프」가 누구겠는가?

내가 기억하기로, 내가 그 붉은 머리 아가씨를 만났던 그날,
그녀는 밀실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사명을 넘겨받았으니 이제 곧 출발해야 해요……」
틀림없이 무척 중요한 일이었겠지.
「그럼 엄마… 내일 봐」
난 직감을 따라 그녀를 뒤따랐다.
역시나 그녀는 막무가내인 경비병들에게 저지당했다.

하지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난 그녀가 여정을 시작하도록 돕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
「밈」에게도 「밈」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나는 방패가 될 수도, 창이 될 수도 있다.
무너진 돌기둥이 될 수도 있고……

「설마 티탄이… 저 여자의 편에 섰다는 건가…?」
틀렸다! 내가 그녀 편에 선 거라고!
…내가 정말로 그녀 앞에 나타날 수 있다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이 산의 문을 나서면… 광활한 세상이 펼쳐지겠지」
「내 여정은 여기서 시작될 거야」
그녀는 성공했다.
하지만 「밈」인 나는 이미 기진맥진해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른 곳이었다.

「그녀는 너를 잊을 거야. 넌 누구의 기억 속에도 흔적을 남기지 못하겠지…」
마치 또 다른 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 정신 상태는 아직 정상인 걸까?
정상이겠지! 정신이 이상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다……

하지만, 내가 흔적을 남기지 않은 건 아니다.
그녀는 날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미 성공적으로 출발했으니까.
출발하던 그날, 그 「불합리한 세계관」이 바로 내가 남긴 흔적이다.
마치 「핑크 님프」처럼,
앰포리어스는 날 기억하지 못하지만, 곳곳에 「핑크 님프」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
언젠가 앰포리어스는 「핑크 님프」가 누군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