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방직공끼리 주고받았던 편지. 인위적으로 지운 것인지, 시간이 흘러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글자가 흐릿하다
운명 방직공의 밀서
첫 번째 편지 사랑하는 자매에게, 요즘 천체가 이상해. 오로닉스의 장막에 찢어진 것 같은 흔적이 생겼는데, 그 틈은 잿더미 속의 불꽃처럼 영원한 밤 사이에서 어른거려. 별을 관찰하다가 전에 없던 공포를 느꼈어——별의 궤적이 흐트러진 거야. 별들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궤적은 더 이상 탈란톤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있어.
그보다 더 불안한 건 창세의 소용돌이에서 전해지는 신탁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야. 어젯밤에 운명의 실을 해독해 보려고 했는데, 뭔가에 엉키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리 풀어도 혼란스러웠어. 비슷한 징조를 본 적 있어? 신중해야 해. ——디클레이아
두 번째 편지 디클레이아, 네 걱정은 기우가 아니야. 오크마의 운명의 나침반에도 이상이 생겼어. 지침이 고정된 방향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미친듯이 돌고 있어. 보이지 않는 힘이 방해라도 하는 것처럼.
설상가상으로 「도둑의 별」이 더 자주 출몰하고 있어. 오래된 예언에 따르면, 이런 예시는 자그레우스의 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야. 그런데 난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 같아. 도둑의 별 궤적에 우리가 본 적 없는 혼란스러운 패턴이 나타났거든.
야누스의 불씨도 불안정해졌어. 밤이 되면 만 갈래의 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마치 다른 세계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 삼상의 신탁의 가호가 있기를.
세 번째 편지 현자 헬레나 님, 당신이 전대 성녀의 예언을 연구하고 계신다는 거 압니다. 실례지만 급한 상황입니다. 최근 온갖 징후가 무시무시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운명의 실이 뭔가에 의해 부식되고 있습니다.
██가 언급한 현상은 고서 ≪영원한 밤의 계시록≫ 의 묘사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 우화로 여겨졌던 그 경고들이 지금 현실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 예언의 최신 해독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 티탄 부분을요 ——디클레이아
네 번째 편지 동료 여러분, 여러분의 관찰이 제가 걱정하던 걸 증명했네요. 솔직히 말하면, ██의 예언에서 언급한 ██기는 우리의 상상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어요. 오래된 예언 문서를 연구하던 중에 알아낸 건데, 일부 문구가 의도적으로 수정되었어요. 예를 들면, 「다시 황금기로 돌아간다」의 원문은 「다시 황금기로 █」여야 해요. 이 미묘한 차이 때문에 오싹해요. 더 무서운 건——몰래 이것들을 고친 게 대체 누구, 아니면 어떤 조직이냐는 점이죠.
절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예언 서고를 정리할 때 발견한 ██에 관한 기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누가 없애는 게 아니라, 마치 그 역사가 시간에 의해 지워지듯이 글자 스스로 사라지고 있어요. 전 운명의 세 티탄이 이것들을 예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게 오로닉스의 예언이 갈수록 난해해지고, 탈란톤의 저울이 균형을 잃고, 야누스의 문이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겠죠. ——헬레나
다섯 번째 편지 자매들에게, 사태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 명상 중에 검은 물결이 세계를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봤어. 타나토스의 저승의 강이 아니라, 더 오래되고 더 사악한 거야.
제안할 내용이 있어. 1. 비밀리에 운명 삼상의 신전의 봉인을 강화하자. 2. 모든 예언 문헌을 세 부 복사하고, 분산해서 보관하자. 3. 「특별」한 아이들을 찾아 보호하자. 4.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자.
명심해. 세계가 진짜 끝을 향해 가고 있다면, 우리의 사명은 희망의 불씨를 보존하는 거야. 운명의 실이 오염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린 어떻게든 최후의 순수한 금실을 지켜야 해.
운명의 세 티탄이 앰포리어스를 지켜주시기를. 우린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디클레이아
부록: 예언 조각 [밀서에서 발견한 흩어진 기록] 영원한 밤의 장막이 찢어지고, 공정의 저울이 균형을 잃고, 만 갈래의 문이 검은 물결에 침식될 때, █████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대들이 본 불씨를 믿지 말고, 그대들이 읽은 예언을 믿지 말라. 운명은 이미 조작되었고, 진실은 이미… [흐릿해져서 알아보기가 어렵다]
명심하라. 세계의 종말은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가는… [나머지 글자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