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양 퇴치 상식 안내서
시왕사 내부에 배포한 퇴마 응급 책자. 통제 불능한 세양에 긴급 대처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다

세양 퇴치 상식 안내서

시왕의 칙령을 받아 나를 비롯한 심문부 판관은 문서를 검색하고 고서를 찾아 세양을 퇴치한 경험을 정리하고 인쇄하여 배포한다. 요괴 퇴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본 책자의 내용을 철저히 확인하길 바란다.

질문: 세양은 어떤 요물인가? 왜 시왕사에서 흔히 보이는 퇴마 책자에서 찾아볼 수 없을까?

대답: 세양은 보기 드문 무형목 생령으로 정해진 형체가 없는 에너지 생물이다. 지혜를 가진 생령의 몸을 빼앗아 조종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세양의 구체적인 특성은 ≪적 명부≫에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요물이 횡행하고 용광로가 파괴되어 세양이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세양이 마지막으로 나타나 「강탈의 재앙」을 일으킨 지 수천 년이 지났다. 그때 선주 사람은 단명종에 불과했고, 시왕사도 설립되지 않았다. 이후 나부는 이런 마물의 공격을 받지 않았고, 시왕사의 경계는 점차 느슨해졌다.

본 책자가 배포된 날부터 시왕사는 긴급 대처 방안을 가동시켜 판관의 표준 교육 과정에 세양 퇴치 훈련을 포함시켰다.

질문: 세양의 행동 패턴과 약점은 무엇인가?

대답: 고전 서적의 기록에 따르면 세양끼리는 벌떼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이 화염의 정기는 분열과 결합이 가능하여 서로 입수한 정보와 경험을 교환하고 적을 방어할 힘을 강화한다.

결합 후 세양은 단독 개체로 볼 수 있지만, 그들 내부에는 계급이 존재한다(선주의 오랜 미신에서 인간이 소위 말하는 삼혼 칠백(三魂七魄)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과 비슷하다). 전투를 담당하는 세양이 있고, 사고와 변론에 더 많이 참여하는 세양도 있으며, 가장 강한 세양은 통솔과 조정을 맡는다.

대부분의 세양은 인간성에 물들어 서로 잘 협력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를 이용하여 세양을 약화시키고, 복잡하면서도 사고가 필요한 질문을 던져 그들 내부를 분열시킬 수 있다. 물론 고대 기록에는 강력한 세양 개체들에 대한 내용이 있다. 「수황」이나 최근 선주에 침입한 것으로 확인된 「팬틸리아」가 그 예이다. 이들은 강력한 자아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세양은 시간이 흐르면 내재된 차이가 사라지고, 분열되지 않는 하나의 완전체로 결합한다(세양은 이 과정을 「융합」이라고 부른다). 힘이 약한 세양은 앞서 언급한 '연장자'한테 다가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일단 흡수되면 자아를 잃고 죽기 때문이다.

질문: 세양은 어떤 숙주를 좋아하는가?

대답: 욕망이 강한 사람, 인생 경험이 풍부한 사람, 마음에 결핍이 있는 사람…… 이런 숙주는 감정과 경험이 풍부하여 세양을 끌어들이기 쉽다.

물론 피해 사례의 숙주 분포를 보면, 세양이 특별한 취향에 의해 숙주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다만 세양이 장수종의 몸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심문 기록에 따르면 그들은 선주 사람인 숙주를 「소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수종의 긴 수명과 뛰어난 신체 회복력 때문에 세양이 숙주의 의지를 빼앗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질문: 세양이 숙주에 기생하여 얻고 싶은 것은?

대답: 세양은 숙주에 기생하여 숙주의 감정을 흡수하고 경험하며, 숙주의 자유 의지를 빼앗아 마음대로 행동한다. 인간에게 기생하는 세양은 숙주의 인격과 행동 방식에 전염된다. 이로 인해 세양 개체들은 빠르게 독자적인 의지를 갖게 되어 다른 세양과의 결합과 융합이 힘들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세양은 인간이 맛을 인식하는 것처럼 숙주의 감정을 감지한다. 「맛있다」, 「새콤하다」, 「달콤하다」, 「쓰다」…… 이처럼 세양은 인간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질문: 세양이 기생하면 숙주는 어떤 어려움을 겪는가?

대답: 피해자와의 면담 기록에 따르면, 세양은 숙주에 기생한 후 지속적으로 신경계를 교란하여 숙주와 대화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숙주 내면의 욕망과 약점을 이용하여 환각을 만들고 감정을 유발한다.

처음에 숙주는 자신의 머릿속에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아」가 생겼다고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보통 수일 이내), 숙주는 점점 분별력을 잃고 자신의 생각이 자발적인 것인지, 세양으로 인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이 단계가 지나면 숙주는 자신 내면의 가장 강한 욕망을 최대한 충족시키려 한다. 그 욕망이 아무리 경악스러운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호전적인 자는 끝없이 싸움을 벌이고, 식탐이 있는 자는 폭식하며, 호색가는 색을 탐닉한다……. 인간은 세양에 이끌려 자제력과 도덕의식을 잃어버리고 내면의 욕망을 분출한다. 이 정신 이상의 과정은 「마각의 몸」과 유사하다. 심문부는 이 점에 연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생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숙주의 몸은 세양에 의해 완전히 소모되고, 돌발적인 자연 발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단명종에게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질문: 어떻게 하면 세양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가?

선주 선조의 기록에 따르면, 세양을 동력원으로 삼아 소모시키는 것 외에(공조사의 창조 용광로는 이를 위한 것이다) 세양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재 세양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형의 역장 감옥에 가둬 지적 생물과 격리하는 것이다. 시왕사는 현장에서 일하는 판관과 명관에게 세양을 포획하는데 알맞은 법기를 제공할 것이다.

질문: 숙주에게서 세양을 어떻게 떼어내는가?

대답: 표준 퇴마법은 숙주에게 적절하면서도 영구적인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의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숙주의 몸이 마비되고 기능을 잃으면, 더는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된 세양은 다른 먹잇감을 찾으러 떠난다.

그러나 다시 밝히지만 판관은 마물을 진압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주 사람들의 삶을 지켜야 한다. 모든 판관에게 퇴마법을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강경한 수단을 쓰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몇 가지 성공 사례 연구를 통해 우리는 숙주가 세양의 침입을 인식하고, 내면의 욕망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때 세양이 만든 환각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드물지만 세양이 자발적으로 숙주의 몸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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