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송할 편지
수취인이 「수녀님」인 편지. 클라우디아가 그녀와 꿈세계에 대해 나눈 내용이 적혀 있다

발송할 편지

친애하는 수녀님,

당신의 편지를 받고 정말 기뻤습니다.

우선 제가 깜짝 놀랐다는 말씀을 드려야겠군요——제가 좀 유명하기는 하지만, 독자들은 제 모험 소설 ≪뜨거운 밤 시리즈≫를 읽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저의 그 미숙한 괴담 소설을 좋아하실 뿐만 아니라,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내셨습니다…. 솔직히 이보다 더 기쁜 건 없답니다!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마음을 여는 게 이상할지 모르지만, 왠지 당신에게는 편지로 속내를 터놓고 싶네요. 맞습니다. 당신의 짐작대로 저는 공포와 절망이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흔적을 남기는지 관찰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또 생기 넘치는 생명이 수분을 잃은 꽃처럼 시들어가는 숨막히는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기도 합니다.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취미는 아니지만, 당신에게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맞습니다. 전 요새 페나코니에 있어요.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온 것인데——에드가 선생님의 열혈 팬으로서, 당신도 제가 이 현실을 모방한 「인공 좋은꿈」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아시리라 믿습니다——하지만 막상 페나코니에 와 보니 찬란한 꿈세계에 점점 빠져들게 되더군요. 그래서 지금까지 머물고 있는 겁니다.

거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집에 있는 책장 수십 개에 비할 수 없는 풍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수많은 행성의 풍토와 항간을 떠도는 여러 괴담을 들었습니다…. 물론,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역시 꿈세계 자체였습니다. 저는 편지에 제가 조사한 결과를 당신과 공유하고 싶어요.

처음에 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밈」이라는 괴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녀석은 꿈속에서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아 가고, 그러면 현실에 있는 피해자의 몸도 깊은 잠에 빠져서 깨어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제가 조사를 시작할 때까지 페나코니 곳곳에는 이런 사건이 많았습니다. 어떤 꿈 건축가의 말로는, 갑자기 납치된 피해자들은 실종 전에 각기 다른 꿈세계의 순간에 있었고, 종족과 행동 양식도 전부 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다고 밈의 행동에 특정한 논리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목격자가 가족에 의해 관련 기억이 지워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괴물은 가족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적어도 가족은 그 존재를 분명 알고 있으며, 이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거나 취하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꿈 건축가와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 이런 사건의 발생 빈도가 급격하게 감소해 더는 유효한 정보를 모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조사는 두 가지 사건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괴상한 꿈세계 시계, 오염된 테이프와 관련된 도시 전설의 등장이었습니다. 이상한 악몽을 설명하고, 휘갈겨 쓴 메모는 좋은꿈이 가족의 음모와 속임수라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파고들어 조사했고, 결국 한 당사자로부터 믿을 만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두 번째는 다른 꿈 건축가의 꿈세계의 구성에 대한 분석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좋은꿈은 페나코니 꿈세계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나머지는 개발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황야라고 합니다. 또한 「인공 꿈세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극도로 위험한 「고농도 소형 악몽」이 발생하고, 이것들은 좋은꿈의 가장자리에 붙는 경향이 있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수집하고 제거하는 데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가족은 늘 좋은꿈이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좋은꿈」에만 국한된 것입니다. 위의 두 가지 단서를 종합해 내린 결론——혹은 추측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시계에 대한 도시 전설은 그 「인공 악몽」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으로, 밈 괴물은 악몽 혹은 더 깊은 원시 꿈세계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조사하고 있지만, 지금은 얻을 수 있는 단서가 너무 적어서 더는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얻은 결과로도 충분합니다. 제 다음 소설은 이 내용을 주제로 할 생각인데, 제게 흥미로운 통찰력을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답장을 기다리겠습니다——
  클라우디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