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되지 않은 노트
미처 폐기하지 못한 편지, 나부 시왕사와 관련된 정보를 알아보는 것 같다

폐기되지 않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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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기군 이외에 시왕사의 존재는 언제나 거대한 재난과 같았다.

시왕사는 선주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했으나 시왕사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의 통제를 받는지, 구성원이 몇 명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비록 ≪시왕사 형벌록≫ 같은 공개된 자료가 있었으나, 일반인들은 시왕사가 「6부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누가 봐도 적대적인 상대는 자연히 경계하게 되지만, 시왕사 같이 익숙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알려진 게 없는 상대야말로 더 공포스러운 법이다. 이렇듯 지금의 모호한 상태는 사람들의 판단을 더욱 흐리게 한다는 방증이다.

행동하기 전에 더 깊이 조사해야 하는데…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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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관

소문에 따르면 마각의 몸을 앞둔 선주 사람에게 명관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런 소문 탓에 명관이 예지력 있는 저승사자처럼 보이지만, 그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수차례 마각의 몸을 직접 관찰하고 해부한 결과 명관은 이 현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심지어는 무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입관을 마치자 모든 자료와 연구 결과가 보이지 않는 아득한 어둠에 삼켜지기라도 한 듯 사라져 버렸다.

명관은 누구인가? 어디서 모집하고 급여는 얼마인가? 그들은 사람인가, 기계인가? 그들도 다른 선주 사람들처럼 마각의 몸이 될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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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관

속담에 따르면 「차라리 보물을 잃는 것이 감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낫고, 화를 당하는 것이 판관을 만나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판관이 나타나면 모든 기계새가 작동을 멈추기에 그들의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으나, 조사 결과 판관의 목격담이 명관보다 많았다. 어쩌면 판관의 등장이야말로 사태가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의 소행과 흔적이 드러나 있을 이유가 없을 테니…

믿을만한 목격담에 따르면 판관은 체포와 제압을 담당하며 필요시 ≪선주 율법≫의 「10대 죄악」을 저지른 장수종을 죽일 수 있다. 이렇듯 위험한 범인을 상대하는 판관들은 신기한 형구와 독특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 운기군보다 훨씬 강하다고 한다. 한 신도의 말에 따르면 판관은 붓을 허공에만 휘둘러도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운기군이 선주를 지키는 세력이라고 얘기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더 강력한 권력과 능력을 쥐고 있는 쪽은 판관이다.

형제자매들이 작전을 계속 펼치다 보면 분명 판관이 저지해 올 것이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한 명을 죽여 형벌기구를 연구할 수 있다면, 시왕사를 더 깊이 알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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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폐옥

10대 죄악」을 저지른 자는 곧 선주의 적이며, 시왕사에 의해 유폐옥이라는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된다.

유폐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선주 심연에 있어 절대영도의 진공에 가깝다거나, 시왕사가 감옥 동천을 구슬처럼 엮어 판관에게 관리를 맡겼다고도 했다. 유폐옥이 죄수를 수감하기 위한 6대 선주 중 하나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죄수가 수감되어 있는지는 점차 퇴색되기 시작했고… 어떤 판관이 이세계 생물, 불사의 장생 흉물, 선주를 파괴할 수 있는 고대 금 조각상, 선주와 혈전을 벌인 풍요의 백성 전범을 제압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만 나돌았다.

그건 전부 허무맹랑한 소문이었지만 모든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통점은 단 하나, 유폐옥에 수감된 이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흉악범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다. 유폐옥 입구만 찾는다면, 죄수들을 시왕사에 맞서 싸우는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이상한 생각이 아니라 현실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부족함을 채우고 선인의 흔적이 강림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 흉악범들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