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 풍물지
한 지식학회 회원이 선주를 답사하고 남긴 기록이다

동천

오래 전 처음 선주의 「나부」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선박에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탄 우주선이 그 「기함」에 접근하면서 선주의 윤곽이 점점 더 선명해졌을 때, 등 뒤에 있던 승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작은 목소리로 환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거함은 아주 거대하고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산전수전은 다 겪었던 나도 마음속으로는 선주의 첫인상에 감탄했다.

항구 입구에 상륙하기 전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명 규모에 비해 선주의 기함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광활한 은하 속에 인위로 만든 문명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은하계 전체를 거대한 건축군으로 연결한 끝이 보이지 않는 인조 행성들, 블랙홀을 둘러싸고 있는 도시들… 어떤 상황이라도 유기체가 필요한 생활 공간과 생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거대한 인공물이 필요했다.

걸핏하면 은하계를 횡단하는 거대한 구조물에 비해 선주 기함은 너무 작았다. 지식학회의 한 구체적이지 못한 역사 기록에 따르면, 선주는 에이언즈를 숭배하는 함대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수를 봤을 때 선주가 6대 있어도 강성한 우주 문명에 필요한 생존 공간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배를 타고 항구로 들어서 동승객들이 천박사의 복잡한 수속을 마치고 선주 「나부」의 땅을 밟게 되자, 앞서 갑작스러웠던 감탄이 곧이어 웃음으로 변했다.

「나부」에 있는 「별뗏목의 바다」라고 불리는 공중 부두에 들어서자, 내 거리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별뗏목의 바다」 공간은 「나부」를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을 만했다. 기이한 행성이 하늘 위에 반짝이고 있었고 외부에서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일종의 환상이었던 것일까?

뒤를 따르던 천박사 사절이 업무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다수의 화외지민들이 처음 이곳에 오면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이게 선주 사람들이 말하는 「동천」의 진풍경이라고.

몇 주가 지난 뒤 선주에 있는 다른 「동천」을 방문했다——차라리 동천을 선주의 「선실」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천들의 크기는 제각각이고 형태도 모두 달랐지만, 기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동천 속에는 장낙천 같은 번화한 거리도 있었고 영수(永狩) 평원과도 같은 생기 넘치는 광활한 벌판도 있었다….

구체적인 원리를 물어본다고 해도 대답이 오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시각적인 속임수가 아니면 이건 아마 상상을 초월하는 스페이스 폴딩 기술——「동천」일 것이다. 후후, 이름을 바꾸니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스페이스 폴딩은 그렇게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크게는 여행 작게는 수납까지, 많은 문명에 고유한 스페이스 폴딩 방법이 있다. 하지만 선주처럼 큰 규모의 스페이스 폴딩 기술을 일상생활의 기반으로 사용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이유도 아주 간단하다. 폴딩 스페이스의 부피는 소모하는 에너지원과 정비례하다. 대다수의 문명에서는 이를 감당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지만, 선주 사람은 쉽게 이를 해냈다. 이러한 힘은 분명 에이언즈와 관련이 있다.

누스 님, 만약 좀 더 조사할 수 있다면 선주가 이런 이공간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걸 알아내면 지식학회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와 이익이 발생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