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의 재 소식지: 제1기
익명의 민간 작가가 집필한 지하 간행물. 사회 문제에 대한 예리한 논평이 실려 있다

용광로의 재 소식지: 제1기

최근 필자는 ≪광부 주간신문≫에 지나치게 관료적인 논조와 이해할 수 없는 기사 등 걱정스러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클리포트 보루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필자는 동료들이 전면적이고 객관적으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이 신문을 창간하여 최근 일어난 큰 사건에 대해 논평할 예정이다. 해당 신문은 매달 비정기적으로 갱신될 것이다.

[이번 호 주제: 컴퍼니의 지원에 대해]

컴퍼니의 지원이 없다면, 벨로보그가 부흥이라는 중임을 독자적으로 완료할 수 없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모두 이 점을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컴퍼니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도 사실이다. 컴퍼니를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라 여기는 사람들까지 있다. 이들은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자선을 베푸는 마음으로 우리를 돕는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자 한다.

지금까지 컴퍼니가 그 어떤 비용도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아무 이득도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질서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다. 질서의 소유자들은 아주 많은 것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군주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최고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농민은 죽기 살기로 일해야 한다. 질서 속에 있을 때만이 그들의 노동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야심을 통치하는 건 종종 모두를 구원한다는 선의로 위장된다. 우주 시장과 연결된 이래 우린 필연적으로 컴퍼니의 질서에 따라 다시 개조될 것이며, 계좌에 신용 포인트를 쌓으려고 살게 될 것이다. 지하의 광맥을 전부 파버리고 체내의 혈액이 전부 말라버릴 때쯤에야 우리 중 일부만이 휴대폰을 통해 본 그런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감격과 기쁨에 취하지 말아야 하며 경각심을 가지고 깨어있어야 한다.

또한, 컴퍼니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이다. 그들에게 야릴로-Ⅵ는 평범한 소행성일 뿐,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과 별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곳은 유일한 터전이다. 컴퍼니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벨로보그는 목줄이 묶인 아이처럼, 겉보기엔 달리거나 점프도 할 수 있지만, 끌어당기고 있는 손을 놓으면 다리에 힘이 바로 풀리고 말 것이다.

지금 당장의 지원 때문에 앞으로 우리 자손들이 살아갈 터전을 망쳐선 안 된다. 야릴로-Ⅵ와 외계행성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는 절대 메울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이 은하에서 존엄이 있는 일원이 되려면, 타인의 부속품이 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야만 한다.

동료들이여, 어서 공부하라, 그리고 모방하라.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찾아라. 그래야만 우리의 아이들이 타인의 찬란한 빛 아래에서 몰래 눈물짓지 않고, 다른 행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