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타의 원고
이 책은 「스타피스 컴퍼니」가 투자하고 「지니어스 클럽」 #83번째 회원 헤르타가 집필한 원고다. 우주, 에이언즈, 파벌, 그 외 모든 것에 관해 적혀 있다. 「이게 바로 내가 쓸 내용이다. 고독한 신과 맹목적인 신도들」

≪지식학회≫

제3장: 지식학회

우주는 광활하고, 지식은 삼라만상을 아우른다. 천재는 천재의 삶이 있고, 범인은 범인 나름대로 자족한다. 재능이 넘치고 누스가 직접 접견한 지니어스 클럽 외에도, 은하에는 「지식」을 원동력으로 끝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칭 「지식학회」라는 조직이 있다.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지식학회의 노력은 어느 정도 존경스럽다. 누스의 클럽은 괴짜, 미치광이, 외로운 늑대, 자폐적인 천재, 사회 부적응자뿐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놀라운 것들을 발견하지만,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다.(본 책은 예외다) 그러나 지식학회의 이념은 교류와 공유이다. 지식은 경화이고, 화폐는 유통될 때에만 기적을 일으킨다. 따라서 그들은 학문으로 지혜를 거래하고, 공식으로 레시피를 교환한다. 스타피스 컴퍼니는 관대하게 그들을 받아들이고 후원했다. 「컴퍼니」의 강력한 힘과 세계를 넘나드는 이동 기술을 이용해 학회의 학사는 여러 세계를 누비며 가치 있는 지식을 수집해 무역 상품으로 삼는다.

지식학회는 평범한 연구 모임보다 비즈니스 단체에 가깝다. 학회 내부는 「학파」를 기본 단위로 하고, 각 학파는 손익을 각자 책임진다.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을 주제로 학사들은 자신이 얻은 지식을 연구하고 거래하며, 이런 방식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진정한 보물을 찾으려고 시도한다. 이제 독자 여러분의 평가를 위해 유명한 몇 학파를 소개하겠다.

 -공감각 학파-

우주에 가장 크게 공헌한 학파는 단연코 공감각 학파이다. 오랜 시간 동안, 교류와 소통은 스타피스 컴퍼니를 괴롭히던 중요한 문제였다. 거래의 기본은 계약이고, 계약 체결에는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적 생명체의 언어는 너무 다양하다. 공감각 학파의 연구자들은 다른 종들 사이에 공통적인 사고의 다리를 놓으려고 매진 중이다. 그 성과가 바로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공감각 비콘」이다.

공감각 비콘 덕분에 신체의 동작, 플래시 신호, 소리 진동이나 냄새 분자의 변화——의미를 지닌 모든 신호가 생각 펄스로 변환되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환된다. 이렇게 소통의 첫 번째 장벽이 깨졌다. 공감각 비콘을 기반으로 「스타피스 컴퍼니」는 억대에 달하는 언어와 문자를 저장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이로써 문자도 신비로움을 잃었다.

지금도 스타피스 컴퍼니는 공감각 학파에 분기마다 엄청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이 학파는 한 나라에 맞먹는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믿을 만한 정보원은 공감각 학파의 다음 연구 주제가 초원격 감지 통신 기술이라고 알려주었다. 600여 앰버기원 전에 지니어스 클럽 #56 회원인 엘리야 살라스는 이미 이 기술을 발명하여 클럽에 응용했다. 하지만 물론 천재들은 평범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지식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장려한다.

 -은하 생태 학파-

이 학파는 우주를 더 큰 생태학적 관찰 대상으로 여기고, 허공의 노래하는 고래, 반짝 해파리 등 우주 생물 연구에 몰두한다. 이 학파는 「천혜성의 벽」을 발견하며 성공했다. 이 벽이 「보존」 클리포트의 고대 창조물로 증명되자 컴퍼니는 무척 기뻐하며 거액을 지급했다. 이로써 「논문은 잘 쓰는 것보다 주제를 잘 고르는 게 낫다」라는 영원불멸의 진리를 증명해냈다.

 -캔들 학파-

캔들 학파는 학회의 인쇄 부서로 수많은 에디터와 필사원, 타이피스트, 프로그래머, 서적 제작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학파는 숭고하고 이타적인 의도로 이기적인 과학 연구를 포기하고, 지식을 널리 보급하는 위대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식학회가 쌓은 과학은 이곳에서 분류되고 책으로 엮어져서 각 세계로 출판된다. 그중 가장 유명한 책은 ≪여행 가이드≫ 시리즈다.

 -무장 고고학파-

우주 탐험과 고고학 연구에 몰두하는 이 학파는 언제나 가장 황량한 행성에서 가장 위험한 유적을 탐사한다. 상상해 보라. 전신을 완전무장한 학사가 용병 무리를 이끌고 탐사선에서 뛰어내려 바퀴벌레처럼 고대 구조물의 틈을 기어가 오랜 앰버기원 동안 잊혀진 통로로 들어간다. 도중에 얼간이 함정에 걸려 제물이 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귀중한 유물과 문헌을 발굴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폭약을 설치해 통로를 뚫고 의기양양하게 우주선을 타고 떠난다…. 그들을 학자보다 용병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부분은 의견이 엇갈린다.

 -양자 역사학파-

기존의 심리 역사학파가 파산하고 재조직되어 새로 태어난 학파다. 역사 속에 숨겨진 교란 요소와 변동 규칙을 찾아내 미래를 예측하는 게 그들의 본래 목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난해한 「계산」으로 운명을 점치는 점쟁이일 뿐이다. 이 학파를 마지막으로 이 부분을 마무리짓는 이유는 흥미로운 글에 걸맞게 재미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