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아다라 소년의 노트
비디아다라족 아이가 인연경에 떨어뜨린 노트다. 비디아다라족의 역사에 대한 아이의 그리움이 담겨 있다

비디아다라 소년의 노트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법이라고.

그래서 학당 방학을 맞이해 비디아다라족의 과거를 되짚어보고자 성지 인연경에 왔다.

교과서대로라면 우리는 이곳과 비슷한 탕해에서 왔다. 하지만 그곳은 파월고해보다 훨씬 넓은 탕해가 행성 전체를 뒤덮고 있다고 한다.

선조들은 수많은 생령과 함께 탕해에서 평화로운 날을 보냈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용의 조상에게 부여받은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탕해 속 만물의 영장이었던 우리는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가시가 많은 물고기의 가시를 제거해 주었고, 마른 동물이 다산할 수 있도록 살찌워 주었으며, 떫은 해초가 단맛을 내도록 바꾸었다.

선생님께서는 당시 우리가 용의 조상에게 부여받은 힘으로 만물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하셨다. 마치 어린애들이 찰흙 놀이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선조들은 물고기로 산을 만들어 먹을 것이 필요할 때마다 그 산의 일부를 떼어냈다. 그때만 해도 천 개가 넘는 게의 다리에는 살이 꽉 차 있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영영 돌아갈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용의 조상에게 부여받은 힘을 통제할 수 없게 되자 탕해의 만물이 위협적인 적이 되었다. 물고기는 맹독을 가지게 되었고, 짐승은 적개심을 드러냈으며, 해초는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우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미생물이 무한히 증식하는 탓에 우리는 탕해에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선주 연맹의 일원이 되었다. 선주의 생활도 평화로웠지만 탕해에서의 자유로움은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난 믿기로 했다. 우리가 탕해로 돌아갈 수 없다 해도 내가 능력자가 된다면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