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교장
옛 친구가 보낸 절교 편지, 우정이 완전히 끝장났음을 선고하고 있다

절교장

학파의 배신자에게,

우선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편지를 시작하겠네.

난 자네를 친구로 생각했고 자식처럼 대했어. 한때 학계에서의 내 권위까지도 자네에게 넘겨줬지. 자네를 깊이 신뢰하고, 우리의 미래를 믿었기 때문일세.

그런데 자네는 그런 내게 어떻게 보답했나?

자네는 비열하게 날 배반했고, 악의적인 험담을 퍼트렸네! 배은망덕하게 사람들을 선동했지!

자네가 나를 두고 학생들을 아이처럼 의존하고 만들고, 아버지처럼 권위적으로 굴어 학문적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 같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들었네. 자네가 그런 결론을 내렸으니 난 더 이상 그 어떤 변명이나 판단도 하지 않겠네.

그동안 난 반대하는 사람들의 질책과 비난에 이골이 나 있었지. 하지만 이번에 자네의 그 어이없고 독단적인 주장을 듣고 기뻤다네. 우리가 드디어 어리석은 관계를 끝내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되어서, 비열하고 위선적인 벌레가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내 학파에서 떠난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뻤어.

내 삶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자네와 친구가 된 것이고, 그다음은 이 싸구려 우정을 지키려 타협하고 고개를 숙인 것일세.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하지.

진리를 볼 수 없음에도 자신이 진리를 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네.

이런 상황이 자신의 경솔함과 어리석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벌어진 게 아닌지 생각해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