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부치지 못한 답장. 삶과 죽음 앞에서는 모든 갈등과 다툼이 무력해 보인다

부치지 못한 편지

옛 친구에게,

당신의 편지를 받고 나서 우리의 7년에 달하는 「우정」을 진지하게 되돌아봤습니다.

지난번 말다툼 후로 오랜 시간이 흘러서 우리 모두 이성을 되찾았을 테니 차분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솔직하게 제 생각을 밝히죠.

우리 사이의 갈등은 왕래를 시작했을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처음에 나는 당신을 너무 존경하고 사랑한 나머지 눈이 멀어 당신을 권위자로, 내 정신적 아버지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당신의 추종자들을 실험 대상처럼 대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늘 주변 사람이 자신을 당신보다 아래라고 여기도록 압력을 가합니다. 당신은 가장인 「아버지」 자리에 앉아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숭배와 아부, 칭찬 받기를 좋아하죠. 그렇게 해서 당신의 「흔들리지 않는 권위」를 보장받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이나 의혹이 제기되면, 당신은 자애로운 태도와 관대함을 버리고 잔인하고 독선적인 모습으로 돌변합니다. 당신은 모든 이견을 「아버지에 대한 반역」으로 치부합니다. 전 그저 보석을 더 섬세하게 다듬고 싶을 뿐인데, 당신은 내가 「아버지를 죽일 동기」를 숨기고 있다며, 당신의 학설을 확장시키는 행위 역시 「부동의 요새를 파괴하려는」 시도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권위에 대한 집착은 병적인 의존증 아닙니까? 단언컨대, 당신은 타인의 사랑과 칭찬에서 안정감을 얻고 그것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 것뿐입니다.

추구하는 이념이 달라서 당신과 헤어진 「친구」는 나뿐만이 아닐 겁니다. 인정하시죠. 당신은 친구를 찾는 게 아니라, 주관 없이 당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추종자를 찾는 것뿐입니다.

솔직히 이제 당신의 「권위」와 고집은 우스꽝스럽게 보입니다.

 당신의 진실한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