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스

랜도 가문의 막내딸, 벨로보그 최고의 극지 탐험가.
나른해 보이지만 사실 추진력이 매우 뛰어나다.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건 불필요한 사교를 피하기 위해서다.
불필요한 사교의 정의를 하자면——「음… 사교란 건 그냥 다 불필요한 거 아니야?」

설원의 풍경은 벨로보그의 일상과 멀어도 너무 멀다——너무 멀어서 여자아이는 꿈속에서만 그 풍경을 볼 수 있다.

평소에 공부할 때, 그녀는 역사 교과서에서 한파 전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다채로웠는지 언급한 지문을 자주 읽었다. 하지만 링스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선생님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쉽게도 그건 설원 깊은 곳에서만……」

지리 수업 시간에 링스는 선생님이 자주 언급하는 「오로라」라는 기이한 천문 현상에 대해 듣고 그 빛이 얼마나 찬란하고 변화무쌍한지 상상했다. 하지만 어째서 성안에서는 오로라를 관측할 수 없는지 묻자, 선생님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쉽게도 그건 설원 깊은 곳에서만……」

그 아득히 먼 곳에 대해, 그녀는 늘 자신이 원하던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모든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이 설원에 있는 이상——

직접 설원에 가서 두 눈으로 보면 해결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난 설원 깊은 곳에 가 보고 싶어!」
「응?」
「응?」

「링스, 벨로보그 밖이 얼마나 추운지 너도 알잖아…」

「…괜찮아, 오빠. 두툼한 옷과 난로도 전부 챙겼는걸」

「그래도 설원은 위험해——날씨도 너무 춥고 무시무시한 괴물도 득실거린단 말이야……」

「…괜찮으니까 걱정 마. 예전에 순찰대를 따라서 몇 번 가 봤잖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

「그게 언제였더라?」

「윽……」

「휴… 누나, 빨리 와서 링스 좀 말려줘」

「뭐? 링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둬. 우리 링스가 저렇게 주관이 뚜렷한 걸 보니까 난 너무 기쁜걸~」

「…헤헤, 고마워 언니」

「근데 게파드의 말도 맞아. 혼자 탐험할 때는 몸조심해야 해. 절대 무리하면 안 돼! 자, 이거 받아……」

「…이건?」

「이건 네가 지난달에 사고 싶어 했던 아이스바일 『뱅가드』야. 근데 이 언니가 살짝 개조해서 훨씬 편할 거야. 그리고 이건 패스파인더 시리즈에서 새로 출시한 스노보드인데 게파드가 샀어. 아, 이건 물병이야. 괴테 호텔 창립 기념일 한정판이지. 어깨 밴드는 내가 사이즈를 알맞게 개조하고 액세서리를 달았어. 그리고 이건 에너지바랑 통조림! 기력을 충전시켜 줄 거야……」

「어, 링스에게 스노보드 얘기는 안 하기로 했잖아……」

「에휴… 지금이 그런 걸 따질 때야? 너도 참」!
「아무튼, 링스——이거 잘 쓰고 항상 조심해야 해…. 알겠지? 약속!」

「…응, 약속할게!」

「우리 링스, 도착했니?」그녀의 휴대폰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울린다.

익숙한 프로필 사진으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링스는 바로 답장을 보내지 않고 렌즈에 입김을 불고는, 살얼음이 가득한 장갑으로 렌즈를 닦는다.

렌즈 상태는 양호하다. 그녀는 휴대폰을 치켜들었다. 뷰파인더에 잡힌 벨로보그 벽 밖의 밤하늘은 간만에 청명하다. 바람도, 눈도, 구름도 없이 검은 벨벳처럼 까만 하늘에 별빛만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찰칵, 그리고 전송.

신호가 잘 안 잡히는 것 같다. 공기는 상공에서 정체되고, 설원과 밤하늘은 고요하기만 하다. 띠링띠링, 얼마 후 또 알림음이 울린다——소녀가 방금 완료한 산과 땅거미, 별하늘에 대한 원고였다.

링스는 미소를 지으며 산들바람을 따라 숨 쉬듯 들썩이는 텐트를 향해 렌즈를 맞추고 셔터를 누른다. 찰칵, 전송.

띠링, 스크린에서 바로 반응이 온다. 이번에는 소녀의 작업대인 것 같다. 원고와 그림이 희미한 빛 속에서 흩어진다.

찰칵, 캠핑 의자와 링스가 가장 아끼는 담요
띠링, 미지근한 우유 한 컵

찰칵,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홍차
띠링, 철제 스탠드와 소녀가 아끼는 앨범

찰칵, 따뜻한 침낭
띠링, 흐트러진 이불

찰칵, 산 정상에서 바라본 벨로보그의 금빛 물결
띠링, 아파트 창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깜빡이는 행정구역 거리

찰칵
마지막은 갑자기 밤하늘에 나타난, 영롱하게 빛나는 오로라
띠링
귀여운 이모티콘이 뜬다——링스는 소녀가 부러울 때 이 이모티콘을 보낸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녀도 사진첩에서 신중하게 골라 답장을 보낸다——

「이걸로 충분해」 그녀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고 있다.

「링스는 왜 극지 조사대원이 됐어?」

링스의 단짝 친구는 전에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때 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기에, 이 농담 같은 질문도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그날 이후, 링스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수도 없이 고민했다——설마 자신이 벨로보그의 사전문명이나 지리를 좋아하나? 아니면 벨로보그에서 피할 수 없는 사교로부터 도망치고 싶나? 아니면……

어쩌면 그녀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 있겠지만, 링스에게 랜도 가문의 일은 매우 간단하다——

「하고 싶으면 해라」

언니는 자신의 취미에 푹 빠져서 기계공방의 사장과 로큰롤 가수가 되었다. 오빠는 벨로보그를 지키고자 실버메인 철위대에 입대해 명성이 자자한 방위관이 되었다.

그래서 링스는 돌연 가족들에게 선포했다: 「나 설원 깊은 곳에 가 보고 싶어!」 이렇게 간단한 일이다.

춥다고 못 가? 그럼 방한 준비를 철저히 하면 되지.
위험하다고 못 가? 그럼 생존 훈련을 열심히 하면 되지.
다른 사람이 해본 적 없으니까 못 한다고? 그럼 링스가 하면 되지.

「왜냐하면… 시작부터 목표까지, 이렇게 간단한 일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