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매

온화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학자. 「지니어스 클럽」 #81 회원이자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놀라운 재능과 집념으로 누스의 눈길을 끈 그녀는 은밀한 곳에서 생명의 근원에 대한 연구와 탐구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헤르타의 초청을 받아 스크루룸, 스티븐과 함께 「시뮬레이션 우주」를 개발했다.
개인적으로 전통극과 디저트를 굉장히 좋아하고 자수에도 관심이 많다

어린 시절, 그녀는 「과학자」였던 어머니 덕분에 처음으로 과학에 눈을 떴다.

과학에 심취한 가족들이 모인 아담한 집에서, 그녀의 삶은 사랑과 뗄레야 뗄 수 없었다. 그로 인해 곧 그녀는 「사랑」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으며, 저마다 다른 향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백발의 외할머니는 전통극을 애청했고, 아버지의 가죽 장화는 엄청 크고 털이 북슬북슬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 사랑했지만 자주 다투기도 했다.
담담한 성격의 여자아이였던 그녀는 종종 잘못을 저지르고, 또 용서받곤 했다.

「알리스 이모는 어른들보다 내게 더 친절하고 디저트도 사주셔. 이모의 사랑이 제일 좋아」

소녀는 빠르게 고집을 배웠고, 「사랑」에 대한 그녀의 이해는 책 속의 공식에서 벗어났다.
좀 더 자랐을 때 어머니는 그녀에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거대한 빙하 행성 위를 함께 걷기를 엄격하게 요구했다.
소녀는 도중에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멈춰서서 빙하 아래 묻혀있는 매력적이고도 기묘한 「생명」——예전에 생명이었던 것을 자세히 관찰했다.

조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늘 「보상」이 주어졌다——
디저트를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 향기가 가득 퍼졌다. 그녀의 작은 기대는 어머니의 연구에 향기를 가득 채웠다.

「풍요」의 축복을 받은 세계인 고향을 기점으로 그들은 연구 비행선을 타고 더 많은 세계로 향했다.
다양한 섬광탄과 망사 두건, 리본, 레이스로 둘러싸인 소녀는 회전하고 상승하는 데이터에 의해 만들어진 「생명」 속에서 기쁨을 맛봤다.

「완아, 푸른 경단을 다 먹고 나서 손을 깨끗이 씻어야 실험대를 만질 수 있단다」

부모의 장례식에서 그녀는 검은 상복을 입었다. 그녀는 여전히 머리를 가지런히 묶었고, 먹처럼 까만 머리카락이 그녀의 표정을 가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어둠이 깔린 후 실험실 스크린에는 데이터 나선으로 만들어진 겹겹의 기하학 문양이 전통극 소리와 함께 변환되고 퍼지고 움직였다. 그 겹겹의 문양이 벗겨진 뒤에는, 그녀가 애지중지하며 조심스럽게 만든 비밀——눈을 감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차디찼다.

「기대를 저버렸어. 부모님은 외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그리고 나도 부모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그들의 믿음을 저버린 건 마찬가지야」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 건… 과학뿐이야」 그녀는 말했다.

소녀는 부모님을 평등하게 대하기 위해 그간 쓰던 애칭을 없애고, 공평하게 부모의 성 중 한 글자씩을 따와 새로 이름을 지었다.

그 이후 「집」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녀의 눈은 마치 모든 걸 잊어버린 것처럼 흐리멍덩했다.
이런 상태에서 그녀는 시간의 법칙을 무시하는 연산을 시작했다. 연구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식사가 불규칙적이었고, 흥이 오르면 며칠 밤낮이고 매달리다가 한계에 부딪치면 잠들곤 했다.

곧 그녀는 미약한 반딧불이의 빛에만 의존하며 매일 밤 성과를 거뒀다. 그녀가 기존의 생명 법칙을 무시할수록 진전은 더욱 빨라졌다. 그녀는 기존의 공식을 아랑곳하지 않고 생명의 의의를 무시했다. 직접 관찰하고 두 손으로 만지고, 그렇게 그녀는 데이터를 손에 쥐고 느끼며 새로운 종의 법칙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그녀의 실험실에선 양치식물과 꽃들이 눈에 보일 정도의 빠른 속도로 무성하게 자라나 실험실의 모든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꽃잎 틈새에는——「데이터」 집합으로 형성된 차갑고 차분한 부모의 얼굴이 있었다.

깊이 잠든 「부모님」이 두 눈을 뜨려던 순간——그녀는 온 행성의 기존 종의 진화 법칙을 거의 파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그녀가 연구 중에 갑자기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지식」의 눈길이 그녀에게 강림할 때까지

누스의 눈길을 받은 후, 그녀는 고향을 떠나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그녀가 그에게 무엇을 물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후 그녀는 점점 과묵해지고 연구에도 더 깊이 몰두했다. 그녀는 오로지 「생명」의 본질만 연구했다.

더욱 다양한 「생명」이 그녀의 모조를 통해 탄생했다.
일부 「불타는」 생명들은 움직이는 화염이 되어 그녀의 발밑을 기어다녔다. 때로 그녀는 자신이 불 그 자체라고 느끼기도 했다.
일부 「움직이는」 생명들은 액체의 빛이 되어 그녀의 가녀린 손목 주변을 맴돌았다. 때로 그녀는 자신이 빛 그 자체라고 느끼기도 했다.
일부 「지식」으로 모조한 생명들은 자신의 사고, 의식, 감정을 키우려 시도했다. 그들의 울고 웃는 감정은 모두 그녀의 몸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을 느낄 수 없었다.
생명이 존재하는 시간은 짧고, 그들은 덧없이 사라졌다. 계속되는 것은 그녀의 실험뿐이었다.

때로 그녀의 가벼운 「연구」는 생물학 체계를 흔들곤 했다. 그녀의 「연구」는 많은 행성을 변화시켰다. 하늘을 나는 고래, 유영하는 사슴, 두려워하는 꽃, 거대한 식물 뿌리, 그녀의 창조는 유기 생명체가 이해할 수 있는 경험과 상상을 초월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생명」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뛰어넘었다. 오직 그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그의 눈길은 그토록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에이언즈」…는 어떤 존재일까? 그것 역시 일종의 생명체일까?

그녀의 「충격적인」 명성이 은하 학계를 관통하자, 사람들은 그녀의 은둔 생활을 끝내려 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탁자 위의 「지니어스 클럽」에서 보낸 편지를 보더니——다시 한번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기묘한 마을의 괴짜 과학자와 무기 생명체, 인형 소녀가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 그들은 애프터눈 티를 나누며 함께 연구하고, 시끄럽게 떠들거나 즐겁게 웃는다.

그들과 처음 만난 게 언제였지? 이미 잊어버렸다.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서였다는 것만 기억한다. 확실한 건——분명 강제였다. 그녀는 느긋하게 디저트나 먹는다. 여기에 참여한 것은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 시뮬레이션 「에이언즈」 때문일 뿐이다.

시간을 들일 가치는 있지만… 억지로 교류할 가치는 없다.

「지니어스 클럽? 관심 없어」

「이상하게 그 『헤르타』라는 녀석은 나랑 좀 닮은 것 같아. 그러니까… 좀 더 심층적인 부분이 닮은 것 같다고」

그녀는 자신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더는 믿지 않으니 배신당할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믿음을 저버릴 일도 없을 것이다.
「생명」의 본질은 무엇이고… 「생명」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정답이 정말 존재할까?

그녀의 담담하고 조용한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에서는 뜨거운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그녀의 눈가는 은은하게 불그스레하다. 그녀는 이 모든 걸 즐기고 있다.

우주의 번잡한 것들은 방해만 될 뿐, 오로지 「에이언즈」라는 단어만이 그녀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얼마나 흥미로운가.
마침 「온상」에서 「밥솥」이 키운 「생명」이 막 완성됐다. 생명을 창조하는 방법은 기적 같다.
얼마나 로맨틱한가.
그녀는 그 누구보다 「에이언즈」 연구로 치러야 할 대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녀는 알고 있다! 그녀는 …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딱 맞는다——「프로젝트」의 업데이트가 곧 다시 시작된다.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난다.
소녀는 알지 못했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났어도 외할머니가 줄곧 스크린을 통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완아… 나의 완아, 다시 만날 때는……」